리허설 끝나고 식장 로비에서 시식쿠폰을 들고 서 있었는데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내가 먹는 이 스테이크가, 우리 고모님 입에도 잘 맞을까…? 아님 잡채가 답일까…?” 메뉴 하나 정하는데 온 가족의 기호, 예산, 계절, 알레르기, 심지어 접시 동선까지 섞이니까 머리가 살짝 지끈하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맛만 있으면 되지” 모드였다가, 어른들 식사 속도·아이들 입맛·하객 회전 시간까지 계산해야 된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그래서 오늘은 “결혼식 식사 메뉴, 어떻게 정하냐”를 진짜 현실적으로 풀어볼게요. 여러분은 뷔페파예요, 코스파예요? 한식에 소주 라인? 양식에 와인 라인? 같이 골라봐요, 천천히요.

1. 형식부터 결정해요(뷔페 vs 코스 vs 혼합)

  • 뷔페 선택 기준
    • 하객수 200명 이상, 입·퇴장 시간대가 분산될 때 유리해요.
    • 장점: 선택 폭 넓고 회전이 빨라요. 단점: 음식 퀄리티 편차, 피크타임에 리필 딜레이가 있어요.
    • 체크: 라이브코너(즉석 로스트/면/초밥) 유무, 채식·할랄 대체 라인, 디저트 실력(의외로 만족도 좌우) 봐요.
  • 코스(양식/한식/퓨전) 선택 기준
    • 100~200명, 착석 예식·연회장 구조가 좋을 때 어울려요.
    • 장점: 동선이 차분, 접객 집중. 단점: 느린 테이블은 뒤 코스가 밀려요.
    • 체크: 메인 단일 선택 vs 비프/생선 이중택, 아이코스(키즈플레이트) 제공 여부.
  • 혼합형(하프뷔페+메인 코스)
    • 전채·디저트는 뷔페, 메인은 코스로 서빙해요. ‘선택의 즐거움 + 품격’ 타협안이 되요(오타 아님… 되요로 가봅니다 ㅎㅎ).

2. 예산·하객 프로파일로 ‘현실 라인’을 그려요

  • 1인 예산 먼저
    • 지역/호텔급/홀급에 따라 3만~20만+까지 스펙트럼이 달라요. 우리 둘의 총 하객수 × 1인 단가로 기본 바운더리 잡아요.
    • 팁: 꽃·연출보다 “식사 만족도”가 전체 후기 체감에 더 크게 남아요. 같은 돈이면 메뉴 한 단계 업이 만족도가 커요.
  • 하객 프로파일 가정
    • 어른 비중↑ → 한식/탕·전·구이 라인 강화, 식사 속도 느긋.
    • 20~30대↑ → 양식/퓨전/디저트 비중, 카빙/파스타 라인 강화.
    • 아이 동반↑ → 키즈 플레이트(미트볼/감자/과일), 높이 낮은 뷔페 라인 체크.
  • 알레르기·종교
    • 견과·갑각류·우유, 돼지고기/소고기 금기 등 사전 확인하고 “대체 메뉴 메모”를 플래너·셰프와 공유해요.

3. 시식은 ‘비교 3셋’으로, 체크리스트 들고 가요

  • 구성 비교 포인트
    • 전채(샐러드/수프) 염도·온도, 메인(굽기/소스 밸런스), 탄수화물(라이스/파스타), 디저트(수제 비율) 체크해요.
    • 뷔페는 ‘피크타임’에 가서 리필 속도, 덮개 관리, 따뜻함 유지(치핀디시) 보세요.
  • 맛 외 체크리스트
    • 접시/커틀러리 상태, 테이블 간격, 유모차 동선, 화장실 접근성, 알레르기 대응 멘트 숙지 정도.
    • 음료 라인(커피/차/탄산) 위치, 주류 반입 규정(코키지), 잔 리필 속도.
  • 기록 요령
    • “소금 세다/소스 무겁다/고기 질감 좋음/밥 고슬/케이크 달다” 식으로 한 줄평을 남겨요. 나중에 기억이 뒤섞여요(진짜로요…).

4. 계절·지역·메인 선정: ‘스토리 있는 한 접시’를 만들어요

  • 계절 키워드
    • 봄: 제철 생선/나물, 상큼 전채. 여름: 차가운 메제/콜드컷, 수분감 디저트.
    • 가을: 버섯·스테이크 소스 깊게, 밤·호두 디저트. 겨울: 따뜻한 수프·찜류, 구운 뿌리채소.
  • 지역성 살리기
    • 부모님 고향 음식 한 가지를 ‘작게’ 끼워 넣으면 어른들 만족도 폭등해요(과하면 호불호).
    • 예: 전라도 한정식의 모둠전 1콤보, 경상도 스타일 육전 소량.
  • 메인 결정 공식(1+1+1)
    • 육류 1 + 해산물 1 + 비육류(버섯스테이크/리조또/두부스테이크) 1로 구성하면 취향 편차를 막아요.
    • 질문! 스테이크 굽기는 어떻게? → 미디엄을 기본, 요청 시 개별 조절 가능하게 안내해요.

5. 주류·음료·동선: ‘먹는 흐름’을 설계해요

  • 주류 셋업
    • 기본: 맥주/와인 1레드 1화이트 + 소주/막걸리(어른 비중 고려).
    • 코키지 정책: 반입 허용 여부, 병당 비용, 잔·디캔터 제공 체크.
    • 무알콜 라인: 논알코올 맥주/스파클링 워터/무가당 아이스티 준비하면 운전자·임산부 배려가 돼요.
  • 서빙 타이밍
    • 코스: 전식→수프→메인→디저트 리듬을 90~110분 안에 마무리. 사회 진행과 타임코드를 맞춰요.
    • 뷔페: 신랑·신부 입장/촬영 블록을 피크타임과 겹치지 않게. 신랑·신부도 10분 먹을 시간 확보(아니면 배고파요, 진짜).
  • 동선
    • 입구에서 가까운 접시존, 장애물 없는 메인 라인, 유모차·어르신 좌석은 동선 중앙 피하기.
    • 허술팁: 접시가 미끄러워보이면 물기 닦는 스테이션을 요청해요. 작은 것부터 스트레스가 줄어요.

6. 계약·문구·커뮤니케이션: 끝판 정리 체크

  • 견적서 포인트
    • 1인 단가, 보증 인원, 초과분 계산 방식, 세금/봉사료 포함 여부, 시식비 환급 조건.
    • 코스 변경 마감 D-7, 인원 확정 마감 D-3 같은 데드라인을 달력에 꽂아요.
  • 환영문구/안내문
    • “오늘 메뉴는 제철 생선과 ○○스테이크로 준비했어요. 알레르기는 스태프에게 말씀해 주세요” 같은 안내를 식순지에 한 줄 넣어요.
    • 아이 좌석/키즈 플레이트, 채식 옵션, 무알콜 음료 표기하면 질문이 줄어요.
  • 리허설 커뮤
    • 플래너·셰프·캡틴과 15분 프리브리핑: 건배 타이밍, 케이크/디저트 카트 동선, 주류 리필 시그널(테이블번호 기준) 맞춰요.
    • 피드백 루프: 시식 후 수정 요청은 구체적으로—“스테이크 소스 농도 10%만 가볍게, 샐러드 드레싱은 산미 업”.

메뉴 결정은 “맛있는 걸 고른다”보다 “사람·시간·공간을 맛있게 흐르게 만든다”에 가까웠어요. 형식부터 정하고(뷔페/코스), 예산과 하객 프로파일로 현실 라인을 만들고, 시식에서 비교 체크를 하고, 계절·지역 스토리로 메인을 세우고, 주류와 동선을 설계하고, 계약·문구까지 깔끔히 닫아요. 완벽해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가끔은 소금 한 꼬집이 세고, 빵이 살짝 마를 때도 있어요(현실…). 그래도 우리가 미리 한 장의 체크리스트로 정리해두면, 당일엔 웃으면서 “맛잇다!” 소리가 더 많이 나요. 오늘은 딱 세 가지만요: ① 형식 선택 ② 1인 예산 확정 ③ 시식 예약. 그 다음은 한 접시 한 접시, 우리 둘의 이야기로 채워가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